본문 바로가기

삶, 사랑, 사람

유치원 꼬맹이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유럽 여행- 피렌체

로마에서의 마지막 아침....

도착한 첫날... 호기롭게  호텔을 나섰지만, 로마가 의외로 좁다는 것... 그리고 그 지도가 너무 상세하다는 것을 감안하지 못하고 헤메느라 귀중한 시간을 소모하고, 콜로세움도 겉으로만 보고 끝냈다.

 

둘째날은 비가 추적 추적 오기 시작했고, 로마의 젤라또도 오는 비를 맞으며 먹어야 헸다.

 

로마를 떠나는 마지막날 아침.... 흐리던 세벽 하늘이 개이고, 하늘이 맑아 오기 시작한다...

으이그...

거기다 더 기분이 안  좋은 건.... 이제 이동하는  피렌체의  날씨가 비가  오고 있다는 것....

힘들게, 다시 오기 힘든 이태리에서 정작  비만  쫓아 다니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

 

아직도 시차 적응이 되지 못했다.

어제 저녁, 저녁을 먹는 동안 꾸벅꾸벅 졸았던, 재형이가 전체  자는 시간 여덟시간을 채우고는 새벽 네시에 일어났다. 

 출발 이후 한번도 여행에 대한 기록을 정리하지 않은 녀석인지라, 정리하라고 했더니, 여섯시까지 두시간 이상 지나는 동안에 제대로 정리한 페이지는 한 페이지도 되지 않는 듯... 내 아들이지만, 강적이다.

 

 호텔에서 6시  30분 아침을 먹으로 갔다. 역시 이탈리아아 오는 사람들은 많은 각오를 하고 오나 보다. 그 이른 시간에 문을 열자 마자 식당은 가득 찬다.  크게 벼르고 온 사람들이라, 볼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은 지라, 시간이 아까운가 보다. 하지만, 하루 이틀 본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볼려면 아이템 하나에 하루를 다 투자해도 모자란 것이 로마 라는 것을 와 보고 나서야 알았다. 얼마나 많이 보느냐 보다, 얼마나 자세하고 보고 싶은 것을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첫날 둘째날 처절하게 느끼고, 피렌체 부터 제대로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테르미니 역


  테르미니 역 9시 15분 기차....

 이탈리아에서 처음 기타를 타기에 가이드 북에 적힌 대로 30분 전에 도착했다.

 호텔이 워낙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라 케리어를 끌고 나올 때 택시 기사의 호객도 완전히 무시시하고....

 유로스타 이탈리아의 플랫폼에서 올랐다.

 오올...  요거 보니 유로 스타가 한국의   KTX와 같은 꼴이다.

 어? 그런데 자리가 이래 저래 떨어져 있네? 말도 안통하고... 원재 자리는 잘 안 바꾸어 주는데... 영어가 되면 모르겠으나.... 하지만 운이 좋아 자리 하나는 미리 들어가 있는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바꾸었고....

 " Can you exchange your seat? my kid an me is separated."

 -성함은 알 수 없으나 우리 꼬맹이와 나의 유럽 여행을 위해 혼쾌히 부탁을 들어준 그대... 복 받을 것이오...

  하나는? 알아서 빈자리 앉더만... 부탁을 하려고 하였으나... 그냥 손 한번 흔들며, 알았다는 표시를 하기에 너무 감사하였소.. 그대 프랑크 인들... 그닥 나쁜 사람들은 아닌 모양이오...^^

 

 유로스타는 아마도 떼제베 인듯... 어딘가는 이체가 운영 될지도 모르겠다.

 기차, 기계 매니아인 재형이를 위해서 어머니와 내가 카다로그 하나는 챙겼다. 그리고 동은이라 이야기 했듯이, 기차 안에서 무분별한 소매치기가 눈에 띄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래도 유로 스타는 특급 기차인지라, 타는 사람들의 지각도 어느 정도는 되는 듯 했다.

 기차 속도는 만만치 않게 빨랐다. 시속 270 km 이상으로 달리는 유로스타에서... 그런데...

 

 비가 엄청 온다.... 기차가 빠른지... 비는 거의 땅에서 수직으로 온다... 젠장... 로마는 비가 개이는데.. 피렌체는 비가 온다니....

 그런데... 파란 하늘이 보이다 말다 한다. 구글 날씨는 피렌체가 맑음이란다... 오올... YES!!!

 

 기차는 정시에 도착하고... 피렌체 역에서 내렸다.

  그러고 보니... 유로스타가 한번도 1시간 30분을 달리는 동안 한번도 서지 않았다는 것이 참 웃기다. 여기는 유로 스타가 비싼 기차인 모양이다. 직통이 있는 것으로 보니....그런데 네명의 비용이 40 유로인 걸 보니 기차 운임은 오히려 한국보다 싼 모양이다. (택시, 버스, 밥... 뭐하나 만만한 가격이 없다. 한국보다 무조건 오라지게 비싸다.. 젠장....)

 

 11시 30분 피렌체 도착... 여기는 아는 사람도 없고, 가이드도 없다. 패키지가 아니니 당연한 일이겠으나... 문제는 짐이 만만치 않다는 것...  호텔에 두고 가야 한다는 전제로 움직였으나, 당연히 호텔은 2시가 넘어야 체크인이 가능할 터... 고민이다. 혹시 가능하면, 짐을 맡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운이 좋게도 방이 비어  있었고... 체크인을 하고 짐을 정리하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점심은?

 아침에 로마의 호텔에서 몇개 집어온  요구르트, 빵 몇조각을 먹고는 피렌체로 나섰다. 점심을 먹느라 천천히 시간을 보내느라 보고 싶은 것 기대하던 것을 보지 못하고 시간을 버리기가 너무 아까웠던지라...

   

 피렌체 중앙 역에서 동에서 서로 동선을 설정한 후 움직이는 첫 목적지...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일단 로마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은 그 스케일이 기를 죽인다.

 여기도 마찬가지... 근데.. 입장료는 다 내야 된단다... 이건 뭐... 애들이고 어른이고 3.5 유로 일괄... 예라이.. 거기에 입장권 받는 아줌마 왈... 

 "No camera, No video...."

 좀 너무 한다 싶기도 하다...

 

 로마 처럼 땅을 파기만 하면 유적이 솟아나는 곳은 아니지만, 곳곳의 르네상스의 흔적은 기를 죽이기 충분하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성당이라기 보다는 박물관에 가깝다.

 가이드 북에서는 삼위일체의 원근투시법을 놓치지 말라 했지만... 정작 안에서는 추기경의 무덤, 그 오랜 시간 동안 남아 있던 대리석 계단 난간... 이 모두가 그 말대로 이탈리아 장인의 한땀 하땀 만들어진 것임이 한눈에 보였다.

 성당은 13세기 후반에서 14세가 중반까지 80년 가까이 지어진 대작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18세기까지 뛰어난 조각가들의 대리석 조각들이 여기저기 묘당을 장식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삼위일체 보다도 더 많은 예수 관련 성화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수백년의 에술가들의 각기 다른 표현법으로 성당의 벽면을 채우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아주 잘 계획하고 만든 것이기 보다는 시간을 건너 건너 추가해 온 것은 그림의 주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벽화, 그림, 스테인드 글라스, 부조... 이 모든 형태의 에술에 수태고지를 주제로 한 것들이 하나 이상씩은 있었다. 부조 였나 스테인드 글라스 였나는 기억나지 않으나, 수태고지를 같은 형태로 두가지 이상으로 표현한 것도 있었다.

사진 한장 찍지 못하게 하니... 기록도 없다.

 참...우리 꼬맹이들.. 각 각 0.5 유로를 내고서는 촛불 봉헌을 했다.

 기도는 묻는 것이 아닌 지라... 무얼위해  기도했는지 묻지는 않았다.

 

 성당 문을 나섰더니... 바람이 강해졌다. 

 햇살은 강하나... 그늘은 춥고.. 바람은 차가운 느낌이 있다.

 배낭에 넣어 두었던, 바람 막이를 꺼내 입고, 오벨리스크 앞에 앉았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을 건너서.... 정말 보고 싶었던 두오모로 향했다. 

 

 피렌체 두오모 -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두오모, 냉정과 열정 사이의 영향인지, 두오모는 피렌체의 상징이다. 하지만, 돔이라는 의미의 대성당을 뜻하는 두오모는 이탈리아 각 도시마다 있다. 하지만, 한 때 유럽 전체의 무역을 호령하던 메디치 가문이 지은 피렌체의 두오모를 대적할 만한 두오모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 매료되어 로마인 이야기, 십자군 이야기... 하나 하나 읽어 갈 때 느낀 건... 그 때 메디치 가의 영향력 이라는 것은 지금의 GE, Apple, 삼성을 합했던 것보다 컸던 듯 하다. 물론 지금의 물류나  매출 규모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이겠으나, 그 당시의 세계라는 것이 유럽 몇 개국에 얼마 안되는 인구가 전부였던 (물론 유럽인들의 기준으로) 것으로 볼 때, 필수품에 준하는 동방 향신료의 거의 독점 무역, 그 무역을 뒷바침 할 수 있는 금융 능력, 그리고 물건 받고 돈 안 주는 놈, 물건 들고 오는 중에 빼앗아 가는 놈 등등등을 손  봐 줄 수 있는 군사력까지... 

 

 하여간에, 그런 강력한 가문, 아니 기업이 있던 곳의 두오모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외벽 하나만으로도 입이 쩍 벌어졌다. 규모도, 아름다움도, 내 눈 앞에 설명할 수 없는.... 난 그리 충실한 카톨릭 교도도... 미술의 조에가 있는 사람도, 건축학적인 의미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대, 르네상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메디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메디치의 피렌체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런 이가 여기 피렌체를 처음 와서 두오모를 본다면... 내가 하는 표현이 정말 호들갑이 아님을 알리라....

 

 어머니, 아이들이 하나 하나 성당의 외벽을 눈에 넣어가는 내가 답답했던  모양이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계속 채근해 댄다... 솔직히 외벽을 먼저 보아야할 것 같았다. 너무 보고 싶은 내부를 보기 전에 외벽을 다 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껴 두고 싶었다. 그렇게  쉽게 보아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하지만... 걸어 가는 중에 젤라또를 같이 파는 카페가 있기에... 앉았다.

 꼬맹이 들에서 4유로의 젤라또 하나씩... 카푸치노와 카페라테 한잔씩을 주문하고...

 

 갑자기 차가와진 강한 바람에 어머니를 위한 따뜻한 카푸치노 다음에 안으로 들어갔다. 적지 않은 8 유로의 입장료에 일단 성당 내부로 들어갔다.

 

 다행이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먼저 들어 간 것이...

 여긴... 크기, 구성, 작품... 모든 것이 상상했던 그 이상이다.... 은은한 스테인드 글라스로 밀려 들어오는 조명 안에서.. 하나 하나의 조각품과 그림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아름다운 건물 안에 들어 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리고....

 

 돔 안쪽을 채우고 있는 최후의 심판...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높의 안쪽에 가장 위쪽의 원근감 있게 그려진 천상의 세계....

 아래는 구원 받지 못한 지옥... 그 표현과 그 생동감이란.... 단순한 그리스도 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그림이 아닌... 보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림... 그리고, 600년 전의 그 기술로 쌓아 올린 그 웅장함에... 가슴 속에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 올라 가야 겠다. 가까이서 보아야 겠다.

 

 어머니를 모시고, 두 꼬맹이를 이끌고 두오모로 올랐다.좁고 좁은 계단을 한참을 올랐다... 직각으로 꺾이는 계단을 오르고 오르니... 이젠 기둥 하나를 둔 회전 계단이다... 가까이서 본 최후의 심판은...

 그 감동은 말할 수 없음이라... 가까이서 보아도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그림이 눈앞에...눈 안에 다 넣고 싶었다. 다시 또 이렇게 내 눈앞에 두기는 힘들테니...

 

 그리고, 돔을 따라 오르는 계단...

 힘들어 하는 꼬맹이들을 독려하면서, 땀에 젖어 오른 두오모의 큐포라는 600 년 전의 기술로 쌓아 올린 곳에서 보는 확 트인 시야는 말을 잊게 만들었다. 우리가 피렌체로 들어왔던, 기차역, 여기 저기 보이는 돔, 만든 시간을 짐작할 수 없는 두오모와 같은 적갈색 기와의 집들.... 어린 나이에... 이걸 보여 줄 수 있어 행복한 아빠를 꼬맹이 들은 알까?

 안전 펜스에 마침 주머니에 있는 자물쇠를 걸어 두고... 어머니의 재촉에 아쉽지만, 아래로 내려왔다. 

 아... 다시 올 수 있을까?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

 

 오늘의 마지막 일정...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이다.

 메디치가의 궁전이라면... 단순히 사람이 사는 곳은 아닐 터..

 그 시대의 세계를 좌우 하는 HQ를 보고 싶었다.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저택이 아니었다. 사무실이며, 집무실이었고,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일어날 수 있는 참모 본부였다. 그리고, 책에서만 보아 오던 그림까지... 메디치가의 신격화, 역대 메디치 가문의 수장들의 그림...

 

 나오기 싫었지만... 일행들에게 끌려 나오다 시피하였다.

   

 첫날... 쪼게진 시간도 이렇게 아까왔다. 내일은 다비드 상과 메디치 가의 후원을 받던 이들이 그렸던 그림이 있는 우피치 미술관과 아카데미아 미술관이다... 얼마나 내 발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