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사랑, 사람

인제 스피디움 - 근시적 시각으로 비롯된 조세의 낭비

 

 

기획력과 마케팅 부재로 인한 지방세와 투자 기업의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영암의 그랑프리에 대하여 언론이 조세의 낭비네 어쩌네 떠들 때 마다 언론이 도무지 무슨 생각으로 떠들어 대는지... 결과와 미래, 부가 가치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결과와 현상만을 놓고 이야기하는 연예 잡지 기자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정부 차원에서 수행하는  G20  회의 때, 세계 정상들이 우리 나라에 낸 돈은 얼마인가? 십원 한장 냈을까? 물론 그들의 의전인원 비용은 냈겠지만, 체류비나 기타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 하지만 그 '경제 효과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실제 회의에 든 비용을 계산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국제 행사는 마찬가지다, 월드컵, 올림픽... 어떤 행사도 입장권 팔아서 본전 찾는 행사는 없다. 개최료와 운영 비용을 하면 적자가 당연한 행사다. 물론,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비용으로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경제 효과' 부분에서 좀 더 설득적이고 현실적인 수치와 함께...

 이런 생각을 가진 나조차도 이번에 방문한 인제 스피디움은 조세의 낭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기획력과 마케팅 부재로 인한 지방세와 투자 기업의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차를 살 여력이 없는 오직 모터 스포츠에 대한 열정만으로 불타오르는 매니아에게는 접근이 철저히 막혀있는...

 

한산한 주차장...

 이 날은 아시아 르망이 개최되는 날이다. 차들이 한참 붐벼도 모자랄 터인데... 이건 뭐... 이른 아침 서울 근교의 공원 수준이다. 정말 열혈 메니아나 찾아 오는 바로 그런 상황...

 방문해 보신 분이라면 아실 것이다. 국도에서 한참을 꼬불꼬불 들어가서 만만치 않은 경사를 오르내리고, 그리고서야 만날 수 있는 인제 스피디움... 차를 살 여력이 없는 오직 모터 스포츠에 대한 열정만으로 불타오르는 매니아에게는 접근이 철저히 막혀있는...

 대중 교통 수단으로 서울에서 인제로 접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중 교통 수준의 상시 노선은 당연히 없고, 셔틀도 당연히 없다.

 그렇다면 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도 많을까?

 

 

 인제 스피디움은 관공서가 아니다... 뭔가 아쉬워서 가는 곳이라서, 그래서 방문하는 사람이 미리 미리 알아서 가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아시안 르망 레이스가 끝난 다음날 홈페이지...

 Schedule 부분을 보면.. 얼라리오? 분명히 위에는 아시안 르망의 그림이 있는데... 아래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경기가 끝난지 만 하루가 지나가고 있는데.. 홈페이지에는 최신 뉴스가 5월 14일자다... 홈페이지 관리가 정말 최소한으로만 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결과는 고사하고, 티켓은 어디서 구할지, 경기 소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선수, 참가팀, 머신 스펙, 클래스별 레귤레이션 등 사전 지식이 특히 중요한 모터 스포츠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전 지식 수준이 높은 매니아를 제외하고 초보자는 알아서 알아 오시라는...

 인제 스피디움은 관공서가 아니다... 뭔가 아쉬워서 가는 곳이라서, 그래서 방문하는 사람이 미리 미리 알아서 가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최소한, 정보를 제공할 능력이 없다면, 하루 정도 마음먹고 앉아서 관련 사이트 링크라도 모아 놓는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주차장 입구의 인제 스피디움 안내도, 깨끗하고 잘 만들어 진 지도지만, 옆에 보듯이 그 주변은 그렇지 못하다.

비에 흘러내닌 잔디....

 추석을 앞두고 간 벌초 때 태풍에 쓸려간 언덕을 보는 듯...

 높으신 분 오느라고 군인들 줄줄이 모아 놓고, 돌하나 없이 아스팔트 바닥 물청소 하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관리가 되지 않는 버려진 흉가 같은 이미지는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여긴 10년이 지난 서킷이 아니라 올해 검수를 받고 5월에 처음 경기가 개최된 최신 서킷이다.

 

 

대규모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반경 10km 내의 유일한 숙박 시설.

 

관중석에서 보이는 호텔과 콘도...

 대규모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반경 10km 내의 유일한 숙박 시설.

 모터 스포츠의 특성상 최소한 경기 순위 결정 부터 경기까지 최소 2일이 소요되므로 관심있는 사람이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숙박이 필수다. 하룻밤에 40만원 정도씩 쉽게 지출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얼마나 많으리라 생각하는지.. 그리고, 호텔과 콘도의 인원들이 모두 경기장에 들어온다고 해도, 관람석을 얼마나 채울지 의문이다.

 서울에서 인제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와서 한정된 숙박시설에 숙박하고 나서는 오직 레이싱만 달랑 관람하고 서울로 돌아갈 정도의 레이싱 매니아가 얼마나 많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지역 주민 무료 입장이 대부분이다. 입장권 팔찌를 차고 들어온 우리가 오히려 별종인 듯...

 

 충분히 예상되었던 상황.

 경기전 한시간, 또는 경기 후 30분이 아니다.

 현재 한참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산하고 관람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수준... 그 관객들도 대부분 지역 주민 무료 입장이 대부분이다. 입장권 팔찌를 차고 들어온 우리가 오히려 별종인 듯... 달리는 경주 차량에 대한 설명을 찾아 보기 힘들고, 경기의 설명도 없다.

 

 

 

 비가 갑자기 와서 세이프티카 상황인데... 몇 랩을 돌았는지.. 언제 들어가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인제 인터네셔널 서킷...

 여기는 인터네셔널 서킷이다. FIA 의 인증을 받은 서킷이라면 하드웨어적인 부분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태풍에 잔디가 좀 쓸려 내려가도 서킷은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맞다. 경기 중에 서킷의 상태는 다른 그것 보다 나쁘지 않았다. 일부 드라이버의 스핀이 있기는 했지만, 그정도는 서킷의 특성으로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라고는 그리드 걸 밖에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1개의 메인 경기에 3개나 메달린 서포트 레이스, 그 사이 사이 너무 타이트하게 잘려서 밀리는 시간... 노련하지 않은 미숙한 운영으로 도무지 언제 어떤 시간에 어떤 이벤트가 진행이 되는 지 불분명했다.

 

 화면이 보이는가?  비가 갑자기 와서 세이프티카 상황인데... 몇 랩을 돌았는지.. 언제 들어가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궁금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나? 최소한의 자막도 없는 상황이 너무 한심하다.

 

 

 

그래도 국제 규격의 응급 센터는 설치 운영 중인 듯 했다.

르망 경기 중반이 되니 떠나 버리긴 했지만...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옥수수 쇼핑도 하는 최소한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역 주민 무료 입장에도 인원수를 못 채우는 바람에, 군인까지 동원되었나 보다.

시작 부터 삐걱대었고, 개최 여부부터 불분명했던 아시안 르망의 앞뒤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군인들까지 동원할 정도의 관객 흥행의 실패를 예감했다면, 아예 처음부터 서울에서 표를 뿌려 버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적지 않은 서울 사람들이 강원도 인제에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옥수수 쇼핑도 하는 최소한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업의 성공은 건물을 짓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짓고, 그 건물에 입주한 상가가 번성하기 위한 이벤트와 판촉활등을 통해 건물의 상권이 활성화되는 시점까지 올려 놓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모터 스포츠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를 집 차고에 척척 가져다 둘 정도의 능력은 되지 않지만, 르망 24시에 열광하고, lab 을 0.1 초 앞당기는 로터스의 리어 윙에 감격한다.

 사업의 성공은 건물을 짓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짓고, 그 건물에 입주한 상가가 번성하기 위한 이벤트와 판촉활등을 통해 건물의 상권이 활성화되는 시점까지 올려 놓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서킷만 지어 놓으면 전국, 해외 관광객이 몰려와서 서킷에 열광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느낌 밖에 없다. 서킷 완공 이후에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어떻게 이벤트를 유치할 것인지, 어떻게 저렴하게 대중을 끌어들일 전략을 꾸려갈 것인지.. 아무런 대안도 생각도 없다.

 태백 보다 가까우니, 가깝게만 지으면 우루루루 몰려 들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이럴거면 차라리 모터 스포츠 서킷을 짓지 말자.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서킷은 영암 하나로 포화상태라면, 더 지을 이유가 없다.

 모터 스포츠를 유치하고 싶으면, 경기와 상권과, 관람객을 모두 포용해야 한다는 대 전제를 무시한 결과다.

 유소년 축구팀도 없는 지역에 축구장을 외진 산골 깊숙히 지어 놓으면 갑자기 거기서 관중들이 구름같이 몰려 들고 축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기왕 지어진 서킷...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었다는 평가를 받기 전에, 그리고 더 이상 실망으로 인해 사용자들이 사용을 포기하기 전에, 제대로 된 전략으로 살려야 한다.

'삶, 사랑,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장어 특선  (0) 2013.12.27
철학.. 이전의 교사들은 이게 없었다.  (0) 2013.12.15
[영화]젝 리처 - 영웅... 단, 감정적인 영웅  (0) 2013.01.19
로마 이틀째  (0) 2012.12.30
마라넬로 페라리 스토어  (0) 201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