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전기차 시대 연 저속전기車… 가동률 줄고, 직원들 떠나고

거품 빠지며 무너지는 中企 - "100만대 보급" 정부 정책 믿고

시설투자했다 자본잠식 84%… 가동률 10% 못 미치는 곳도

세금 700억 받은 대기업 '딴전' - 日 84개社 뭉쳐 표준 정할 때

현대차, 생산 2015년으로 늦춰 "전기차 생태계 만들어야"

"전기차 생산라인을 포함해 공장이 모두 멈춰 섰습니다. 납기가 늦어지면서 구매 의사가 있던 곳들도 계획을 변경하는 분위기니까요."

   

지난달 30일 오전 충청남도 당진군 고대면 옥현리 CT&T 공장을 찾아간 환경부당진군청 관계자들의 얘기다. CT&T는 당초 올 연말까지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 전기차 '이존(e-Zone)' 100여 대를 납품하기로 돼 있었지만, 부품을 사들일 자금이 떨어져 올여름부터 생산라인을 세웠다. 한때 350명에 달하던 직원은 반 이상 떠났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수개월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

   

◆퇴출 위기에 놓인 전기차 업체들

   

CT&T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근거리 전기자동차 연산(年産) 1만대 양산 체제를 갖춰 그린카 시대를 이끌 주역으로 부상하는 듯했지만 비상은 짧았다. 2011년 78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012년엔 미국 등지에도 소형전기차 조립공장 40곳을 세울 것이라고 2년 전 발표했던 내용도 '허풍'으로 끝났다. 전기차를 사겠다는 고객은 없는데 무리한 시설 투자를 벌이다 지금은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3월 24일 서울시가 광화문 태평로 일대에서 가진 전기차 시승식에서 CT&T사의'이존(e-Zone)'이 서울시 마크를 달고 달리고 있다. 그러나 근거리 저속전기차의 도로 주행이 허용된 지 1년여 만에 CT&T는 영업자금 부족 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오종찬 기자

CT&T와 함께 저속전기차 완성품을 출시하며 경쟁구도를 구축해 온 AD모터스도 경기도 화성에 연산 2000대 규모 생산공장을 차리고 전남 영광에 대규모 공장부지를 사들이는 등 사업 확장을 꿈꿨지만 올해 공장 가동률은 10%대에 그치고 있다. 내년 7월까지 대표 모델 '체인지' 500여대를 정부와 지자체에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납품 실적은 50여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후발업체 지앤디윈텍은 작년 1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올 6월 90% 감자를 단행했다. 올 상반기에만 30억원가량 영업손실을 냈다.

   

◆좌초 위기 전기차 정책

   

'2020년 그린카 4대 강국 진입', '10년 내 전기차 100만대 보급' 등의 구호를 내건 정부의 전기차 육성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우후죽순 생겨난 중소 저속전기차 생산·개발 업체들이 시장이 무르익기도 전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하나 둘 쓰러지는가 하면, 완성차 대기업들의 전기차 출시도 경쟁국보다 뒤처졌다. 일본 닛산은 지난해 전기차 '리프'를 미국에 출시해 올 들어 6168대를 판매했다.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등은 올해 전기차 800대 보급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소형차의 10%(최대 2만대)를 전기차가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올해 보급된 전기차는 70대 남짓. 목표치의 10%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연말 기아차가 생산을 시작할 전기차 'TAM(프로젝트명)'도 내년이 돼야 정부기관에 본격 배치된다.

   

◆대기업도 미적…전기차 생태계 구축해야

   

중소 전기차 업체들은 정부가 현대·기아차에 예산을 몰아주는 바람에 생산은커녕 연구개발할 여력도 없다고 주장한다. 54개 업체가 회원사인 사단법인 한국전기자동차산업협회 배효수 사무국장은 "지식경제부가 700억원의 예산을 주는 준중형 전기차 개발사업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지만 역시나 현대차 컨소시엄이 선정됐다"면서 "정부가 산업 저변을 확대하기보다는 당장 성과 내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협회 회원사 중 절반은 회비를 못 낼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협회 회원사 중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재무상황을 공개한 기업 22개사의 가장 최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곳은 상장 폐지됐고, 8개 업체는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미래 친환경차 주도권이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연료전지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 뚜렷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배터리 기술이 관건인 전기차에 '올인'하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담당 임원은 "배터리 가격이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기술력도 크게 향상되면 소비자들이 살 만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세금혜택과 충전 인프라 등 정부 시책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에 본격적으로 매달려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는 기본적인 전기차 생산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준중형 전기차의 본격 대량생산은 2015년쯤으로 늦춰 잡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뜸'을 들이는 동안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일본은 도쿄전력과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 등 주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업체 등 총 84개 일본 회사가 주축이 돼 '차데모(CHAdeMo)'라는 충전 표준을 만들었고 이미 세계 각국의 메이커들이 이 규격에 맞는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며 "전지·모터 등 핵심 기술 분야별로 업체들이 덩치를 키워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본 위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04/20111004032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