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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과 비지니스

대기업들 위기 극복 ‘투트랙 경영’

"세계 경제 침체가 당분간 이대로 같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지난달 27 미국 출장길에서)

   

"글로벌 경제가 앞날을 예측하는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해지고 있다."(정준양 포스코 회장, 지난달 28 터키에서)

   

예사롭지 않은 세계 경제 대불황 조짐에 대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도미노와 같은 유럽·미국 재정위기와 환율불안 등이 세계 실물경제 침체로 확산돼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물경제 위기로 확산 조짐

   

3 재계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이중침체(더블딥·짧은 경기회복 재침체) 가능성이 커지자 대기업들이 사실상 위기경영에 준하는 대응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대형 인수합병(M&A) 자제하고, 금융시장 악화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고, 환율·원자재가격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시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대기업들의 심리적인 동요가 크다. 지난해와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 덕에 심적으로 '느슨해진' 대기업들이 하반기 들어 주가 급락과 글로벌 위기 재현에 상대적으로 충격이 크다는 얘기다. 악재도 많다. 활화산 같은 유럽발 재정위기 널뛰는 환율 소비심리 위축 수출시장 냉각 내년 본격적인 선거정국 등이다.

   

문제는 같은 악재가 단발성 리스크가 아닌, 소비심리 위축의 저성장 기조로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파장과 후유증이 더욱 혹독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그냥 넘길 없는 대목이다.

   

실제 4·4분기부터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폰, 자동차, 조선 6 주력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질 것으로 보고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을 정부 기대치보다 무려 1%포인트 낮춘 3.6% 전망, 저성장 위기를 경고했다. 대한상의, 코트라, 무역협회는 물론 한국은행이 조사한 4·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 역시 줄줄이 기대치보다 크게 밑돌면서 심각한 수출경기 침체, 실물경제 위축을 예고했다.

   

경영은 '긴축', 투자는 'GO'

   

대기업들도 긴박해졌다. 복합적인 여러 변수가 겹친 데다 예측이 어려운 탓에 과거와 달리 대응전략을 판에서 다시 짜야 판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내년 경영계획을 짜는 예년보다 적어도 가까이 빨라졌다"면서 "그만큼 요구하는 내용도 타이트해져 긴장을 놓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선 경영계획은 '긴축모드', 투자는 '그대로 간다' 방침. 대형 M&A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비용절감 등을 통해 지출계획은 최대한 타이트하게 한다는 기본 대응엔 이미 들어갔다.

   

하지만 미래 현금수익원(캐시카우) 신사업 투자는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방침. 아울러 포스코, 한진해운, GS칼텍스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현금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대기업 관계자는 "현금확보가 경기불황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인 것은 물론 저가매물의 '인수합병(M&A) 실탄' 있다" "경제 위기를 과거 사례처럼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들어 8 말까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40조원에 이른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 경영계획 수립 일정을 지난해보다 앞당겨 잡았다. 저성장 기조에 맞춰 단기적으로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주력제품 수출 감소 대비책, 장기적으론 미래 신성장사업 전략을 재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도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1조원을 투자하려던 8세대 LCD 생산공장 착공을 연기하는 비상경영 모드에 돌입했다.

   

포스코는 위기경영을 위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일단 14000억원의 사상 최대 원가절감 달성과 그동안 공격적이던 M&A 투자를 재조정하는 '안전모드' 전환했다. 하지만 인도, 중국 등에 글로벌 철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는 예정대로 집행한다.

   

SK그룹도 최근 환관리 태스크포스를 가동, 원자재·환율 변동에 맞춘 월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SK관계자는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와 2차전지 105000억원 규모의 신사업 투자는 예정대로 추진한다"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2 '공격경영' 이은 '질적 성장' 위한 대응책을 찾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체코 슬로바키아 유럽 현지 공장을 직접 찾아 공격적인 위기 대응을 강조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