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기와 쓰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어 보면 정말 '신선하다.' 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과 '소피스트의 퀘변' 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아마추어로서 경제학 서적을 읽어 보면, 수많은 기호와 그래프가 점령한 지면에 압도 당한다. 거기에 금융 공학이라는 이름의 미적분 기호까지 더해 지면 더 읽을 수 있는 배짱이 싹 사라진다. 하지만, 쉽디 쉬운 책을 찾아 굳은 결의를 하고 읽다보면 사회 현상에 대한 수학적 분석과 논리적 추론에 감탄하게 되고, 그렇게 굴러가는 실세계의 경제학과, 금융과 이익에 대해서는 무릎을 치게된다.

 적어도 이 정도의 경험을 해본 사람에게는 장하준의 경제학은 정말 '신선'할 것이다.
 책 전반에 그래프와 수학 공식이 '하나도' 없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그렇게 예측을 위해 명석한 두뇌로 사용한 공식들은 하나도 없다. 일단 경제학이라는 것은 세상의 재화의 흐름을 예측하는 학문이기에, 단순히 수요, 공급의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의 지배적인 기득권층, 능력자로 분류되는 인적 구성원들의 '의견' 이 많은 작용을 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야기 하는 논리가 정말 자연 과학적, 수학적인 논리에 기반한 완벽한 관찰과 사실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에 의해 틀어진 논리일 수도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경험론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뛰어난 현자도 많은 경험을 가진 이도, 경험론으로 전체 세상을 완벽히 분석할 수 없다. 장하준 교수의 저서에서 완벽한 논리적 흐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친 사람들은 '편협한 학자의 궤변' 이상으로 받아 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강대국의 특히 선진국이라는 이름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국가들, 그리고 그 내부에서도 경제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대안없는 최선' 인 신자유주의에 대하여 '최선' 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고, 사회 구성원과, 전체 인류를 위한 정책이 단순한 수학적, 효율성 기반의 경제학 이외의 다른 생각이 고려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실제로 그 효율과 수학적 모델에 반대되는 행동을 통해서 '대안없는 최선' 보다 더 높은 효과를 보이는 사례가 있음을 보이는 것이 이 책의 의의일 것이다.

 Thing 0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 현재의 중국을 이야기하면서 규제의 대표 주자로 이야기 한다. 그리고, 장하준 교수의 책을 한권이라고 읽으면 알 수 있겠지만, 규제, 불법 복제, 특허 침해의 대명사를 19세기 미국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현재의 미국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선진국들... 미국,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들의 예를 들면서 이들은 이전에 수 많은 '자유롭지 않은' 경제 체제를 수립했었다고 한다. 물론 그 때는 그들의 최선이 정부 주도의 경제 정책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당연히 자유 주의 경제 정책이 그들이게 맞다. 민간이 크고 제품은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개발 도상국은 다르다. 그들은 개발 도상국의 효율적 발전을 위해 자유주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개발 도상국에게 필요한 것은 '계획 경제' 이다. 그들은 그들이 가장 유리한 게임에서 싸우는 룰을 강요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전에 이루었으니 선진국의 사다리를 올라가고 난 이후에 ' 사다리 걷어차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나라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냐 '계획 경제' 냐가 아니라, 그 나라에 맞는 가장 유연한 경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당연한 말임에도 요즘에는 정말 신선한 시도가 된다... 참 재밌는 세상이다.

 Thing 10
 미국은 세상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다.
 - 미국보다 국민 소득이 높은 나라는 다섯개나 더 있다.
  그런데 왜 미국은 부자처럼 보일까? 그것은 미국의 부가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고, 사람들은 잘 사는 사람들의 삶만을 본다. 관광을 하는데 빈민촌을 가는 사람이 없다는 주장은 나름 합리적이다.
 그 뿐만 아니다. 미드 '보스턴 리갈' 에서 이라크전 모병은 가난한 동네의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다. 당장 그들은 가난한 빈민가의 사람들에게 몇푼 쥐어주고, 목숨을 담보로 보내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 속에서 이야기라 과장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잘나가는 사람들이 또는 그 아들이 군미필이라는 이유로 고위 공직자 자리에서 낙마하는 우리 나라의 의식 수준은 그들 보다는 높은 것 같다. (물론 왕위 계승 서열 한자리 안에 있는 왕자 가 아프칸 막사에서, 그리고, 장갑차가 굴러다니는 최전선에서 복무하는 나라보다는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Thing 14
미국의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 경영자의 보수는 시장의 가격으로 결정될 뿐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그들의 영향력은 이미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났기에 그들은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스스로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든 기득권 층으로 부상했고, 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은 방어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높은 가치를 매기는 그림을 그렸다.
 책의 내용을 벗어나지만, 설혹 그들의 가치가 완전한 시장 경제의 가치 평가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해도,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 에 의하면, 그들의 모든 수입은 그들의 것이 아니다. 제대로 정의로운 사회라면, 그들의 보수는 그들의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을 만큼의 인센티브를 제외하고는 그들 이외의 구성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환원되어야 한다.
 적어도 개발 도상국이나 후진국이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에 대하여 감놔라 배놔라, 정의와 신의와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정의로운 미국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