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기와 쓰기

[도서리뷰]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저자
선대인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13-11-2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정부, 건설업계, 금융권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미래의 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는 경상도에서 나고 자랐고, 부모님은 강력한 여당의 지지자였으며,

국공립대를 졸업했고, 현역으로 육군을 갔다 왔고,

대기업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며,

서울에서 아파트를 자가로 가지고 있음을 미리 밝혀 둔다.

 

강추 - 현재 주택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가장, 신혼을 맞아 전세를 구하고 있는 신혼 부부, 노후 투자를 준비하는 베이비 붐 세대

비추 - 부동산 상승에 대비해 많은 돈을 투자해 둔 사람, 그리고 여태 임대 수익, 매매 수익으로 적든 많든 돈을 번 사람.

 한참 전부터 읽고 싶었으나, 같이 주문한 책의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관계로 어제서야 받고 읽기 시작했다. 저자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솔직히 별 내용이 없었다. 당연한 내용에 약간의 수치적인 객관성을 부여한 정도....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내용이 한국의 사회에서는 매우 급진적이고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특히 거주형 부동산, 그 중에서도 아파트는 떨어진다.

 내용의 2/3 의 결론은 간단하다.

 부동산, 특히 거주형 부동산, 그 중에서도 아파트는 떨어진다.

 그리고, 정부의 대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미봉책일 뿐이다.

 

 참, 이 말을 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논리와 수치적 근거를 들었다. 옳은 말이고 좋은 말이다. 쉽게 좀 생각하자. 경제, 출구전략... 이 정도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이 글을 누군가 읽을지는 모르지만, 자... 우리 한번 생각해 보자.

 초등학교로 돌아가서... 초등학교 동기들 중에 30~40대 중에 순익 (세금을 제외하고 받는 월급, 또는 자영업 이후의 순익) 이 연간 5,000 만원 이상이 얼마나 되나?  여기서 세후 5,000 만원이라 함은 최소한 6,200 만원 정도 이상의 연봉이어야 한다. 물론 홑벌이의 경우, 맞벌이의 경우 부모가 아이들을 양육해 주지 않는 다면, 양육비와 여성의 활동비를 위해 1개월에 최소 150만원 정도의 오버헤드가 생기니 그 정도 까지 감안하도록 하고...

 

 연간 6,000 만원 정도의 세후 수익을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면, 정말 아껴 쓰면 연간 2,000 만원 정도의 저축을 할 수 있다고 감안하자. 물론, 정말 정말 아껴써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신입 사원 초봉을 4,000 만원이라고 가정하고, 30세에 직장 생활을 시작해서, 50세에 직장 생활을 마감한다고 보고, 년 400 만원의 급여 상승을 생각해 보자. (솔직히 이정도도 정말 후하게 쳐 준 결과다.)

 생에 최대 벌 수 있는 원금은 18 억원이다.

 자, 그럼 여기서 아파트 한채에 6억원 정도 한다고 생각해 보면, 전체 급여의 1/3 을 저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론 역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지 않고, 이자 효과를 완전히 무시한 결론이다. 사교육비, 고물가 시대에 1/3 을 저축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요즘 같이 고용이 불안한 시점에 20년 동안 고용이 보장되고, 현재 가치로 퇴직시에 8,000 만원의 연봉이 보장되어야 하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겨우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해야, 현재의 집값에서 집을 살 수 있다는 결론이다.

 자, 자신을 한번 돌아 보자. 자신이 이 조건을 만족하고 만족하지 못하고를 떠나서, 초등학교 동기들 중에 이 정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아마도 강남의 사립 학교와 몇몇 개 빼고는 거의 상위 15% 안에 들 것이다.

 문제는 이 15% 가 구매력을 가질 정도의 수준의 아파트 가격이 서울 시내에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3.3제곱평방 미터당 1,200 만원 이하의 분양가를 찾기는 벌써 부터 어려운 시점이고, 가장 널리 짓고 있는 100~110제곱평방 미터의 가격은 분양가에서 벌써 5억원을 가볍게 넘나 든다.

 국민 소득이 전반적으로 10~20% 오르지 않으면, 더 이상 아파트는 오르지 않을 것이다. 왜냐구? 살 사람이 없으니까. 살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오르지 않는다.

 그 말을 위해서 이 책에서는 수 많은 경제 지표와 일본의 사례를 들어 분석했다.

  경영학의 대가 마이클 포터는 인구 통계학적인 변화를 절대 무시하지 말라고 했다. 이 책에서도 30~54세의 주택 구입 가능 인구의 절대적인 감소를 일본의 과거와 비교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물가와 경제 성장 형태를 감안해 볼 때, 월 100 만원, 년 1,200 만원의 순 저축을 할 수 있는 가구는 매우 드물다.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년 2,000 만원의 저축이 가능하다고 해도, 40세에 집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27세 부터 직장 생활을 남성이 저축한 돈은 최대 2억 6,000 만원 정도 (이자율을 감안하지 않았지만, 자동차, 결혼 등을 고려한 경우 이정도의 돈을 도시 근로자가 모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50세까지 상환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도시 근로자가 모을 수 있는 저축액은 4억 6천이 한계다. 그런데, 주택을 구매한 경우 연리 약 4% 정도에 원리금 균등 상황을 하게 되면 약 150% 정도의 돈을 상환에 사용하게 되니, 4억대 초반이 건실한 도시 근로자가 구매 가능한 가격의 한계라고 하겠다. 고로... 그 이상의 아파트는 투자가 아니면 구매할 가치가 없고, 그 이상의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지 않으니, 그 아래의 가격으로 수렴할 수 밖에 없다는 이이야기다.

정말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들' 일 뿐인지라...

 정작, 이 책은 하우스 푸어로 들어선 경우, 랜트 푸어인 경우, 신혼 부부인 경우를 몇몇 예로 들어 대응책을 설명했지만,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었다. 그냥 기다리고, 손절매하고, 약간의 출퇴근의 어려움을 감안하고 먼길을 다니라는 것... 뭐, 이 사람이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을까 만은... 좀 기대는 했었는데...

 정말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들' 일 뿐인지라...

 

돈 있는 자들이 인간의 최대한의 존엄까지도 그들의 오락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 부동산을 논할 때 언제나 정치적인 노선을 같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유가 있다. 선거의 향방이 집값에 의해 결정되고, 재산의 가장 큰 부분인 집 값을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상황, 그리고, 그 평수에 따라서, 단지에 따라서 친구가 결정되는 이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저자는 일본과 스웨덴의 비교를 들면서 스웨덴을 모범 사례로 이야기 하지만, 그대로 갈 미래는 전혀 없다는 상황에 절망한다. 자신의 아파트는 본전이 되는 순간 매각하고 빚을 청산하려는 생각밖에 없는 사람들이, 아파트 가격은 현재 떨어진 가격에서 자신의 구매가와 이자 비용, 기회 비용을 합한 가격까지 올라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이러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스웨덴 같은 출구 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

 아니, 모든 국민이 그러한 출구 전략을 사용하고자 하여도 정부가 의지가 없을 수 있다.

 물가가 앙등하고, 경제 성장율이 역성장을 할 때, 피해를 입는 것은 서민과 도시 근로자들이다. 거대한 재산을 준비한 기득권층들은 외관상 보유 자산이 줄어 드는 것 이외에는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

 원화가 떨어져서 수입 원가가 높아져서, 그들의 생활 수준이 떨어지면 어쩌냐고? 그 구입 비용의 상승은 떨어진 인건비로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 실업 불경기에 인건비는 그야 말로 싸디 싸며, 사람 값만큰 싼 것도 없다.

 전쟁, 대공황에 언제나 성행하는 것이 매춘이다. 돈 있는 자들이 인간의 최대한의 존엄까지도 그들의 오락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들이 쓰는 가벼운 오락용 금액은 그 인간성을 파는 사람에게는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자산이 되니까...

 

 얼마 안되는 자산에 현혹되어, 나는 남들과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투표권을 그 방향으로 돌리고, 정부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국민들을 보면서, 아마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가면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값이, 그리고 존엄이 얼마 안되는 가격에 매매되는 시간이 올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