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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과 비지니스

인터넷 쇼핑의 경제학

 

나는 프라모델을 참 좋아한다.

예전에도 부모님께 받은 백원, 이백원을 모아 노리던 것도 문방구의 프라모델이었고, 어쩌다 지폐가 생기면 다른 것 볼 것 없이, 문방구로 직행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내가 가진 돈과 내가 가지고 싶어 하는 프라모델과의 괴리는 있는 법, 돈을 모아모아 준비하다 보면, 벌써 팔려 버리고 없는 프라모델을 보며, 한참 동안 애통해 하곤 했었다. 그 당시에는 유통이나 생산이나 다 과학적으로 고객 지향적이지가 않아서, 한번 놓친 제품을 산다는 것은 참 힘들었고. 가끔 내가 무언가를 노리고 하나 살려고 돈을 모을 때 한번쯤 도와 주시는 어머니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어릴 때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프라모델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았다.

있다!!!! 물론 그 때 보다는 훨씬 비싼 가격이지만… 물론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그렇게 비싸지 않은…

이렇게 구할 수 있다는게 그 어디냐…

그런데.. 이게 정말 다 좋은 걸까?

 

우리 동네 초등학교 내려오는 길에는 늙은 노부부가 운영하는 문방구가 있다. 카드가 되지도 않고 현금으로만 사야 하고… 그리고 배송비를 감안하더라도 인터넷 보다는 비싸게 파는… 그래서 바로 사야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제품의 우위가 없고, 거기다 보관이 시원찮아서, 제품 포장이 낡은 티가 풀풀 나는 제품을 파는… 그리고 인터넷에 비해서 파는 제품들이 턱없이 부족한…

 

비싼 줄 알면서도, 그리고 그렇게 급하지 않아도, 현금 영수증이 되지 않아도, 그 가게에서 한 달에 한 두번은 꼭 물건을 사게 된다.

왜 그러냐고? 효율과 값싼 유통만을 고집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기업들에게 빼앗겨 버린 우리의 삶과 유통 문화를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젊은 시절, 나만큼이나 키우고 가꾸어야 할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그들에게 적당한 수준의 삶을 보장해야할 직업은 만들어 주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효율과 경쟁만을 주장하는 사회가 평등과 분배만을 주장하는 사회보다 늘 앞선다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혹자는 이런 식의 의견에 자본주의의 공산주의에 대한 우월성을 이야기 하며, 반론을 제시하지만, 극단적인 이야기는 적절한 반론의 자료가 아니다. 지구상에 계절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 적도와 극 지방을 이야기 하면서 계절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최저임금제, 고용 보험, 국민 건강보험…. 다 평등과 분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리고 극히 자본주의화된 우리나라, 영국 등의 나라에서 보편화된 자유주의,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먼 제도들이다.

 

생각해 보자. 늙은 노부부에게 월 100 만원의 매출이 주어지면, 그 돈으로 배추를 사고, 쌀을 사고, 손자의 이쁜 티셔츠를 산다. 하지만, 우리가 대형 마트에서 100 만원을 쓴들, 그 돈이 모여 100 만원의 순익으로 사장님.. 아니 회장님이라는 양반에게 들어가면, 그 돈으로 뭘할까? 비싼 양주, 명품 시계… 아니면 투자 자본으로 변해서 외국으로… 어쨌건, 돌고 도는 돈의 순환 고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효율도 중요하지만, 지역에서 팔고 돈을 벌고, 먹고 사는 사람들의 삶을 지켜줄 무언가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SSM 만 제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조달청이라는 이름이 저가 경쟁으로 피 흘리는 가격 경쟁을 시킬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에 앞에 두세평 남짓한 문방구를 운영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궁핍하지 않게 돈을 버는 가게가 존재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 돈이 한 병에 몇 천만원 하는 프랑스 와인을 사기 위해 대기업 무역 업자와 명품 와인 제조사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옆집 야채 가게와 쌀 집으로 흐르고, 그 흐른 돈이 돌고 돌아 이 나라 있는 기업이 만든 제품을 소비하는데 쓰인다. 그래야, 우리가 궁핍하지 않게 살고, 희망을 가지고 살며, 이 나라가 큰다.